몇명 되지 않는 직원 중 울진 출신이 2명이나 되고, 5~6년 전 업무차 여러 차례 방문해서인지 울진/죽변은 친근하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2013년 3월1일 연휴를 맞아 오전 11시 무작정 서울을 출발하여 국도로 광주/곤지암을 지나 북여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에서 빠져나와 청주에서 다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영주를 거쳐 대게축제가 열리는 후포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
대게 1마리/홍게 2마리(10만원)를 포함한 저녁식사에 평생 먹어봤던 게 중 가장 맛이 좋다는 아이들의 반응이 나와 하루종일 운전한 고단함이 단박에 사라진다.
3일 연휴인 것을 감안치 않고 놀러온 대가는 무척이나 컸다. 숙소를 구하기 위해 백암온천, 울진, 죽변, 삼척, 동해를 샅샅히 뒤졌으나 모든 숙소가 만원이다. 고교 동창생 하나가 울진에 근무하고 있어 숙소문제는 해결되리라 생각했건만 연휴기간 대전집에 올라가 있고, 죽변이 고향인 직원은 연락두절이다. 결국 동해에서 약 60km 거리의 태백으로 가던 중 도계역 부근 여인숙 방을 잡아 잠자리에 드니 새벽 1시 30분...장장 10시간 이상을 차에서 보낸 하루다.
다음날 아침 삼척 신리 너와집을 거쳐, 죽변항에 가서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이 있는 곳에 가니 조그만 바닷가 한켠에 커피숖(?)이 있다. 커피는 인스턴트 밖에 없고, 쥔장께선 장사할 마음보단 그냥 취미삼아 문을 열어 놓은 듯 하다. 하트모양 장판지를 주곤 방문기념 메모를 적으란다. 다음 방문때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는 쥔장 나름의 고객 유치 방법이다. 이 조그만 바닷가엔 커피숖 쥔장이 운영하는 민박방이 3실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조그만 바닷가 민방방은 매년 휴가철 예약으로 꽉 찬단다. 휴가철 올 수 있을까 싶어 명함을 챙기진 않았지만 기회되면 다시 오고싶다.
언덕 위 대밭에서 내려다보면 해변과 바다가 하트모양이다. 4~5년 전 처음 봤을 때 절경에 매혹되어 꼭 다시 오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곳이다. 맑은 바다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낮고, 생미역에 운 좋으면 작살질로 물고기까지 잡을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파도가 잔잔해야 제격인 곳인데 우리가 방문했던 날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반대편 죽변항에 가니 방파제에 올라선 낚시꾼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부는 찬 겨울이지만 이곳에선 놀래기가 올라온다. 성급쟁이 부녀가 나서서 견지낚시를 담가보았지만 결론은 뻔하다.
낚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설득해 해안도로를 따라 삼척방향으로 가던 중 해신당공원이 있는 신남항에 들렀다. 조그맣고 조용한 이 항구에도 어젯밤 수 많은 관광객들이 들이쳐 민박집을 찾을 수 없다.
신남항 항구 광장엔 동네 아주머니들이 꾸들하게 말린 양미리/이면수/도루묵 등의 생선을 수레에 펼쳐 판다. 연탄불 화덕을 이용한 즉석 생선구이가 있어 한상 차려놓고 소주 한잔 들이키니 세상사 모든게 귀찮아진다. 하룻밤 더 묵어 가는 것으로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방파제 안쪽 바다에 전어(?) 치어떼가 가득하다. 두고보기 아까워 아이들과 견지낚시를 다시 드리우니 금방 3마리가 올라온다. 10마리 이상 잡으면 초장발라 민박집에서 한잔 할랬더만 3마리로 끝이다.
밤에 황어 낚시도 하고, 더 놀다 가자는 아이들 성화를 뿌리치고 삼척항에서 매운탕과 물회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마치니 7시경.... 고속도로가 쭈욱 막힌다는 뉴스에 삼척에서 정선, 평창, 제천을 거쳐 돌아돌아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 1박2일 절반을 운전만 했다.
그동안 '숙소 없어 못자겠나?'란 오만한 생각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숙소를 못 구해 차에서 자는 여행객을 직접 보고나니 이제 막가파 여행은 삼가겠다는 다짐이 절로 난다.
삼척 신리 너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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