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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나무)

송진채취 상처에 고통 받는 소나무(korea red pine)

2012년 10월 성주산 자연휴양림에서 찍은 상처 입은 소나무


아이들을 동반한 산행 중 기형적인 모습을 한 소나무 옆에 안내문이 붙어있어 읽어보니, 이 소나무들은 일제시대 이후 지난 70여년간 큰 상처를 품고 살아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제 말기(1943~1945년) 자원이 부족한 일본군이 한국인을 강제동원하여 군수물자인 항공기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으로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기나긴 세월 꿋꿋하게 살아남은 나무도 있지만 이 상처로 인해 부러지고 스러진 나무도 무수히 많으리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일제가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면서 남긴 상처를 조사해 '송진 채취 피해 전국 분포도'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송진 채취 흔적이 남아 있는 소나무 서식지를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그 역사적 가치를 기록문화로 남길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소나무의 광복을 선언합니다."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소나무’의 영어이름이 ‘Japanese Red Pine’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반도가 소나무 분포의 중심이지만 일본의 소나무가 서양인들에게 먼저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은 식물주권 확보를 위해 ‘국가표준식물목록’ 중 자생식물 4173종에 대해 영문이름을 재검토했다.

▷한반도가 식물분포의 중심지임에도 다른 국가명이 들어간 식물 ▷우리 문화·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식물 ▷한반도에만 살고 있는 특산식물 ▷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명이 들어간 식물을 찾아, 올바른 영어이름으로 고치거나 세계인이 부를 새로운 이름을 짓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한글 발음을 명사화해 우리말 이름을 그대로 영어이름으로 제안했다.

일제강점기에 가린 한국 식물사
한국의 식물 연구 역사는 1800년 영국 큐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 표본관 조수인 윌포드(Wilford)가 거문도와 부산에서 처음 한국 식물을 수집해 영국, 독일, 러시아의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일본, 중국에 비해 100년 뒤에야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반도 식물 조사는 단순히 학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지휘 아래 식물의 생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 등을 치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식민정책의 일환이었다. 일본의 학자들이 붙인 한반도의 식물은 대부분 1900~1945년 일제강점기에 학계에 보고됐다.

한반도에서 수집한 표본은 현재 거의 대부분 일본의 동경대학, 경도대학 등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일부는 세계 각지의 표본관에 분산·보관되고 있다. 한국에 남아 있던 일부 표본마저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소실됐고, 우리나라 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식물을 연구한지 70년에 불과하다.

일본 식물학자에 의해서 새롭게 소개되거나 이름이 만들어진 한반도 자생식물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돼 있는 식물 4173개 중 686개로 16.4%를 차지한다.

일본인이 붙인 학명, 약 32.6%
세계에서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고유식물인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 Nakai)의 경우, 학명에 울릉도·독도의 일본 이름인 다케시마(Takesima)가 명기돼 있고, 일본 식물학자인 나카이(Nakai)가 일제강점기에 처음 발견해 마치 일본 식물인 것처럼 학명을 붙인 것이다.

일본인 학자가 붙인 ‘학명’의 식물은 총 1360개로 약 32.6%에 이른다. 1950년 이후 발표된 한반도의 식물 이름은 189건이며, 그 중 한국의 식물학자들이 붙인 것은 174건에 불과하다.

식물 이름은 ‘학명’과 ‘일반명’ 두 종류가 있다. ‘학명’은 전 세계가 공식적으로 쓰는 이름으로 한 종의 식물에 하나의 이름만 붙는다. 국제 식물 명명 규약(International Code of Nomenclature for Algae, Fungi and Plants)의 선취권을 따르기 때문에 처음 붙여진 이름을 바꿀 수 없다.

학명은 전 세계 공통이기 때문에 언어가 다른 국가 간에도 혼동할 염려가 없어 식물학자들이 학술용어로 쓰기에 편리하나, 라틴어로 돼 있고 구성 체계가 어려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일반명’은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식물에 붙여 부르는 이름으로 한 종의 식물에 여러 개의 이름이 있을 수 있다. 학명과 달리 선취권이 없어 사람들이 많이 부르고 써서 널리 알려지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고착화된다.

또한 일반명은 그 식물이 분포하는 지역, 모양을 떠올릴 수 있는 단어, 그 식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색깔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돼 쉽게 연상할 수 있고 외우기 쉽다.

우리 식물의 정체성 확립 필요
따라서, 한반도 자생식물에 대해서 세계인이 부르는 영어이름을 바로잡아 우리 식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이름을 새롭게 정리했다.

바로 잡은 영어이름은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으로 발간돼 주요공관 및 유관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전자책도 제작돼 국립수목원 홈페이지(www.kna.go.kr)와 구글 플레이 도서에서 검색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바로 잡은 영어이름은 네이버 어학사전으로도 제공돼 언제 어디서나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식물 이름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민족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식물이 가진 가치를 포함하는 ‘상징’이므로 올바른 영어이름으로 부르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반도를 대표하는 식물을 ‘코리아(Korea) 식물’로 부르도록 세계에 알리고자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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