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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포유류)

웃는 고래 상괭이(finless porpoise)

2012년 3월 4일 일요일 : 아이들 시골행 첫 주

 

아이들에게 아빠 고향의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데 추운 날씨 탓에 갈 곳이 마땅찮다.

이른 아침 대천항에 가면 입항한 고깃배와 어판장 경매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가 보니 바다엔 2~3척의 키조개 배, 어판장엔 간재미 몇 상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키조개 경매가 진행되는 것 외에는 전형적인 휴어기 어판장의 모습이다.

어판장 바닥의 간재미를 둘째 율이 찍어 휴대폰 배경화면에 올려놓았는데, 놀랍게도 이 사진을 보고 '달님나라에 별님이 꼬깔모자를 쓰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이가 있다.

 

 

어판장 한 구석에 눈에 띄는 물고기(?)가 있어 가 보니 상괭이다.

 

상괭이의 웃는 듯한 작은 입매와 선해보이는 눈, 매끈하고 반들한 피부, 치장물이라곤 거의 없는 단순한 외모는 흡사 고무질로 성형해낸 장난감처럼 보인다.

대천항에서만 2~3차례 직접 목격했고, 어판장 벽체에 상괭이 구매 연락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만만치 않은 수의 상괭이가 어획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래라면 에이허브 선장의 다리를 삼켜버린 모비딕이나 물개를 포악하게 튕겨서 잡아먹는 범고래, 최소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수족관의 날렵한 돌고래가 연상되지만, 이놈들의 외모는 짱구머리에 단추구멍 만한 눈, 갸름하다 못해 왜소한 꼬리로 제3세계에서 밀항해 온 난민이 연상된다.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조그만 입과 감겨진 눈에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놈의 상황이 보여 측은하기 그지없다.

 

작년인가 시화호에서 2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해 뉴스가 됐던 상괭이는 서/남해안에 서식해 온 토종 돌고래다.

멸종위기의 고래류는 포획은 금지되었으나 다른 어종과 함께 혼획되면 신고만 하면 된다는데 상괭이에게도 이 절차가 지켜지는지 의문스럽다. 

 

 

 2013. 5. 5 대천항에 떠다니는 상괭이 사체를 낚시꾼이 끌어올리고 있다.

 

 

맛이 없어서인지 흑산도 등지에서는 잡히면 거의 돼지 사료로 준다고 한다. 포획된 백상아리의 위 속에서도 자주 발견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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