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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파충류)

독을 저축하고 상속하는 유혈목이

 

 

어릴적 시골에서 직접 마주친 횟수가 가장 많았던 뱀 중 하나가 유혈목이다.

 

시에도 유혈목이라는 공식 이름이 있었겠지만 70~80년대 시골문화가 그러하였듯 할아버지로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던 '율매기' 또는 '꽃뱀'이면 호적등록에 문제가 없었다. 

 

연두색 자켓에 빨강/검정 땡땡이 가라의 화려한 옷을 입은 놈들은 논두렁, 밭두렁 등 으슥한 뒷골목에 자리잡고 개구리들을 후리고 다녀 '꽃뱀'이라는 이름이 딱인 동네 양아치 중의 한 놈이었다. 그 옆에 있던 무자치라는 놈도 기억에 또렷하다.

 

사람을 만나면 도망치는 놈들도 있었지만, 코브라처럼 대가리를 꼿꼿이 세우고 대항하던 놈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 없는 뱀으로 알았고 사나운 행동은 그저 허세려니 여겨 대수롭지 않게 대하곤 했다.  

 

헌데 뒤늦게 연구자들에 의해 놈들이 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공부해야 산다!

 

 

한국, 일본계 유혈목이의 독은 대부분 두꺼비에게서 온 것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유혈목이 새끼를 길렀을 때는 방어 독물을 분비하지 않았지만 두꺼비를 먹인 뒤에는 독이 생겼고 자체적으로 처리해 독성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행동방식도 독이 있을 때는 대담하지만 독이 없을 때는 슬슬 도망치는 소심함을 보인다고 한다.

 

내 앞에서 꼬리 내리고 도망쳤던 놈, 빳빳히 고개 쳐들고 대들던 놈 각자 주머니 사정이 달랐던 것이다.

 

보통 저지대에 사는 놈들 중 암컷들이 산란 전 숲으로 이동하여 두꺼비를 잡아먹고 독을 채집하여 곧 태어날 새끼(알)에게 독을 상속한다고 한다.

 

유혈목이의 모성애는 지극독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