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1일 휴가차 경주 한화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주차장에서 고개들어 건물을 바라보니 각 실 발코니 천정에 30여개가 넘는 귀제비 둥지가 눈에 들어온다. 귀제비콘도라 부를만한 정도다.
1970~1980년대 내 고향에선 앵매기(앵매귀, 맹매기, 맹매귀)로 불리던 귀제비는 재수 없는 새라는 낙인이 찍혀 제비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았다.
봄철 민가에 제비가 날아들어 집을 지으면 하부 캐노피까지 설치하여 한 가족으로 환대해주었던 반면 앵매기가 집을 지을라치면 입주 초기 강제철거와 퇴거명령이 내려지곤 했다.
괄시받은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앵매기라는 이름에 "액운"의 뜻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영어 이름이 'Red rumped swallow(붉은 엉덩이 제비)'라니 귀제비란 이름은 귀가 빨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제비와 비교해보면,
제비의 앞가슴이 흰색에 가까운 단색이라면 귀제비는 회색 빗살 문양이 혼재되어 있고, 붉은색 포인트가 턱 부분 외에도 귀, 꼬리 부분에도 배색되어 있다. 특히, 꼬리가 예리하게 갈라져 제비에 비해 강렬하고 날렵해 보인다.
노래 또한 제비가 동요를 부른다면 예들은 예리하고 날카로운 고음으로 메탈에 가까운 노래를 부른다.
들어본지가 워낙 오래라서 장르 구분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귀제비도 제비처럼 개흙을 물어와 집을 짓는다.
제비집이 브라형이라면 귀제비집은 이글루를 뒤집어 놓은 듯한 호리병형이다.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전년도에 지어진 제비집을 증축하여 사용하는 실용성과 연립주택 형태의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는 사교성, 나름 컬러풀한 연미복을 갖춰입는 패션감각도 갖춘 새다.
한가지 단점을 찾으라면 시공 중인 제비집을 갈취하는 폭력성이 얼핏 보인다는 점..
요즘 시간나면 은퇴 후 시골생활에 대해 궁리하곤 한다.
허름한 시골집을 조금만 개조해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란 중간결론이다.
귀제비의 집짓기 행태를 따라 해보려는데, 뒤늦은 귀향에 이놈들 처럼 괄시받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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