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프로그램 '스폰지'에 방영된 폭탄먼지벌레(bombard beetles) 사진이다.
초등 시절 알록달록한 외모에 현혹되어 손으로 잡으려다 큰 아픔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몸소 겪어본 방귀력이었지만 그 위력에 대해 자세히 듣고보니 손으로 잡으려던 행동이 얼마나 무모했던 짓이었는지 실감난다.
고약한 냄새로 자신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스컹크를 꼽지만, 실제 몸의 크기와 위력을 기준으로 대표를 뽑는다면 이놈이 장원일거다. 스컹크는 한 번 방귀를 뀐 후 얼마 동안 다시 뀔 수 없지만 이놈은 재충전 시간이 짧아 다연발 폭탄까지 발사할 수 있단다.
일본 점령기에 본격적으로 연구된 우리나라의 곤충역사를 대변하듯 1945년 독립하기 전까지 일본식 이름으로만 존재하다가 해방 직후 급작스럽게 지어진 우리 이름이 '방구벌레', 이후 지금의 '폭탄먼지벌레'로 개명되었다.
자신의 위력이 정확하게 반영된 이름을 얻었지만, 일본식 이름에서 한국식, 다시 미국식(bombard beetle) 이름으로의 변경 과정이 한국 근대사를 대변하는 듯 하다.
2011년 7월 송파시민광장 낚시대회차 송악에 갔다가 초짜인생이 찍은 폭탄먼지벌레
아래 글은 조홍섭기자의 "물바람숲"이라는 사이트에 게재된 폭탄먼지벌레 이야기다. 놀랍게도 두꺼비에게 잡아먹힌 폭탄먼지벌레가 1~2시간 만에 위 속에서 탈출한다고...
폭탄먼지벌레는 1924년 일본인 곤충학자 오카모토가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길이 1∼2㎝의 작은 곤충이다. 그러나 작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이 벌레는 세계 최고의 화학무기를 갖추고 있다.
위협에 놓이면 꽁무니에서 폭발음과 함께 역겨운 화학물질을 뿜어낸다.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고 중국과 일본에도 있는 이 곤충을 흔히 방귀벌레라고 부른다. 폭탄먼지벌레의 강인한 방어능력이 새로 발견됐다. 두꺼비 뱃속에서 폭탄을 터뜨려 탈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핀셋으로 다리를 쥐자 위협을 느낀 폭탄먼지벌레가 독물질과 증기를 단속적으로 분사하고 있다. 찰스 헤지코크 제공
신지 스기우라와 다쿠야 사토 등 일본 고베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두꺼비와 물두꺼비가 삼킨 폭탄먼지벌레가 탈출하는 행동을 보고했다. 두꺼비는 먼지벌레를 보자마자 혀를 내쏘아 냉큼 삼켰다. 먼지벌레는 위장 속의 강산 점액 속에서도 화학무기 반격을 벌였다. 분비샘의 화학물질과 효소를 반응실에 보내 폭발시키면 100도 가까운 뜨거운 수증기와 자극적인 퀴논 계열의 화학물질이 나온다. 복부 막이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면서 마치 기관총을 쏘듯 초당 1000번 폭발을 일으킨다(▶관련 기사: 초당 1000번 독물 발사, 폭탄먼지벌레의 ‘기관총 분사’). 연구자들은 먼지벌레를 삼킨 두꺼비의 뱃속에서 폭발음이 나는 것을 실험실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 폭탄먼지벌레를 삼킨 두꺼비 동영상(사이언스 뉴스 제공
화학물질 공격에 견디지 못한 두꺼비는 딱정벌레를 토해냈고, 먼지벌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갔다. 두꺼비가 삼킨 폭탄먼지벌레의 43%가 이런 방식으로 살아났다. 두꺼비가 삼킨 뒤부터 토해내기까지 12∼107분 걸렸는데, 평균 체류시간은 40분이었다. 먼지벌레의 절반 가까이가 두꺼비의 뱃속에서 생환했는데, 반대로 두꺼비의 절반가량은 뱃속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요란한 먹이를 끝내 소화한 셈이다.
» 폭탄먼지벌레를 토해내는 두꺼비 연속 사진. 이 딱정벌레는 두꺼비 뱃속에서 88분 있었다. 신지 스기우라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연구자들은 “먼지벌레의 덩치가 클수록 탈출 성공률이 높았고, 작은 두꺼비가 큰 두꺼비보다 먼지벌레를 토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폭발의 위력이 생존 확률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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