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무지
꽃무지 무리는 우리나라에서 20종 정도가 알려져 있다. '꽃'과 '묻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꽃에 모여 열심히 꽃가루를 먹는 모습이 마치 꽃 속에 묻혀 지내는 듯하게 보여 생긴 이름이다. 특히 풀색꽃무지(Gemetis jucunda Faldermann)는 우리나라의 꽃무지과(科) 곤충 중에서 가장 흔한 종류인데 풀잎과 같은 녹색을 띠어 풀색꽃무지라고 하였다. 단순히 풀색만 있는 것은 아니고, 매우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완전히 적갈색을 띤 경우도 있고, 검은 적갈색에 광택을 갖거나 완전히 흑색인 개체도 있다. 드물게는 녹색에 붉은색 무늬를 갖기도 한다.
이들이 찔레꽃 여기저기에서 꽃가루를 먹는 것을 보면 마치 여러 종의 꽃무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같은 종이다. 단순히 몸 색의 변이일 뿐이다.
- 다른 이름들 -
북한에서는 꽃무지를 "꽃풍덩이"라고 부른다. 꽃에 사는 풍뎅이란 뜻이다.
꽃무지가 풍뎅이의 한 무리이므로 의미상으로는 남한의 꽃무지와 일치한다. 하지만 어감만으로 볼 때 꽃무지가 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중 풀색꽃무지를 작은록색풍뎅이이라고 하는데 여러 색 변이 중에 녹색 개체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도 은점화금자충(銀点花金龜蟲)으로 몸에 은색점을 가진 꽃풍뎅이란 뜻이다. 이 종의 개체들이 딱지날개에 은색 점을 많이 갖고 있어서 붙여졌다.
서양에서도 꽃무지를 'flower beetles', 우리말로 "꽃딱정벌레" 정도로 부른다. 특히, 영국에는 우리의 풀색꽃무지처럼 흔한 것이 'rose chafer' 라고 장미꽃풍뎅이가 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무지의 여러 모습과 행태 중 꽃에서 지내는 모습을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모양이다.
2) 무당벌레
무당벌레는 "무당"과 '벌레"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이름이다. 비슷하게 "무당"이란 단어가 결합된 다른 생물로는 "무당개구리"와 "무당거미"가 있다.
무당개구리는 언뜻 보기에는 녹색만 띤 것 같지만, 뒤집어 보면 배의 흰 바탕에 현란한 붉은 무늬가 있어 놀라기 십상이다. "무당거미"도 온몸에 노랑색과 검정색의 띠무늬가 교대로 배열되어 두려움을 주는 화려함을 가지고 있다. 무당벌레 역시 등면에 화려한 반점이나 줄무늬를 갖고 있다.
"무당", "무당개구리", "무당거미", "무당벌레" 는 왜 현란한 치장을 한 것일까?
단순히 화려해 보이기 위해서만 일까?
대개의 사람들은 무당이 활옷을 입고 굿을 하는 것을 보면 조금이나마 두려움, 경계심을 갖게 될 것이다. 같은 이치로 무당개구리가 천적인 뱀이나 큰 새로부터 공격 당할 때 발광하면서 몸의 아랫쪽을 갑자기 보이게 된다면 순간 놀란 천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무당벌레도 화려한 옷을 입고 천적들에게 "나를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다"라고 과감하게 포즈를 취하는 것이다. 즉, 화려함을 다른 생물에게 "경고"의 의미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당거미", "무당개구리", "무당벌레"가 모두 경고색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그 이름은 단순한 유사함을 벗어나 생태적인 특성까지도 공유한 이름이라 판단된다.
- 무당벌레의 다른 이름 -
무당벌레는 농민들 사이에서는 "됫박벌레"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당벌레의 한문이름은 표주박을 엎어놓은 모양처럼 생겼다고 하여 표충(瓢蟲)이라고 한다. 한데 표주박은 농경사회에서 곡식의 양을 재는 되(됫박)으로 쓰였다.
무당벌레가 화려한 색깔을 묘사한 도시적인 이름이라면 됫박벌레는 둥근 형태를 묘사한 시골스런 이름이다. 시골 오두막 지붕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박을 떠올리게 하는 됫박벌레가 더 정감가는 이름이다.
- 북한에서 부르는 이름 -
북한에서는 최근들어 무당벌레를 "점벌레"라고 부른다. 그곳에서도 무당벌레라고 불리었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자료를 찾을 수는 없으나 1990년대 부터 점벌레라는 이름이 나온다. 추측컨데 "무당"에서 미신적 요소가 연상되어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곤충의 이름에서도 사회적 계급을 의미하는 이름과 신앙과 관련된 이름이 모두 바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당벌레 등면의 반점으로 인해 점벌레라는 이름을 지었으리라.
3) 말총벌
"말총"은 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을 의미하기도하고 말꼬리(馬尾)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70년대 초만 해도 말총이 붓을 만드는 고급재료로 취급되어 고물상들이 말총을 엿이나 돈을 주고 수집해 왔다.
벌의 이름에 말총이 붙게된 이유는 바로 이 곤충의 긴 산란관이 말의 긴 꼬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이름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일본에서의 명칭은 "우마노오바치"라고 하여 "말꼬리벌"로 해석할 수 있고, 중국 역시 마미봉(馬尾蜂)이라 하여 같은 의미를 갖는다.
북한에서는 "말초리벌"이라고 부른다. "초리"는 꼬리의 옛말이므로 "말꼬리벌"이란 뜻이 된다. 즉 말총벌과 말초리벌은 같은 유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4) 귀뚜라미
사람들에게 귀뚜라미가 어떻게 우느냐고 물어보면 '귀뚤귀뚤' 운다고 하기도 하고 '또르르 또르르륵' 운다고도 한다. 즉 이 곤충은 울음 소리를 근거하여 이름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원사전을 보면 의성어인 '귓돌'과 접사인 와미(아미)가 결합한 '귓돌와미'와 '귓돌아미'를 조선시대의 "두시언해"란 책에서 찾아볼 수 있고, 민간에서는 '귓돌암(歸突암 )'이라 한다고 알려져 왔다. 남북한 명칭이 같다.
중국어로는 귀뚜라미를 뜻하는 '슬솔'이라고도 쓰지만, 우는 소리를 표현한 곡곡아(곡곡兒)도 있고, 베짱이처럼 빨리 베를 짜라고 재촉한다고 볼 수 있는 '추직(趨織)' 등의 이름으로 불리운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영어로 cricket 또는 불어로 크리케(criquet)라고 하는데 이 역시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를 흉내낸 것으로 그들의 귀에는 '크맄 크맄' 소리로 들렸나 보다. 이처럼 귀뚜라미의 이름 속에는 각 언어별 소리의 구전 역사가 묻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5) 태극나방
우리 곤충의 상당수는 일제로부터 독립하면서 한글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우리 생활에 깊이 관여된 종류에 대해서만 이름이 부여되었을 뿐이다.
태극나방도 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 해방직후에 구성된 생물명 제정위원회로부터 처음 "태극나방"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태극 무늬를 가진 나방"이란 뜻이다. 이 나방의 앞날개 중앙에 한 개의 태극문양이 자리잡고 있다. 같은 태극무늬를 가진 가까운 친척 나방 중에는 몸이 좀 더 커서 "왕태극나방", 몸이 크고 날개에 가는 흰 줄이 있어서 "왕흰줄태극나방"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처럼 많은 곤충의 이름이 형태, 무늬의 모양, 색깔, 생태 등으로부터 연유 되었다.
- 북한과 일본의 이름 -
이 곤충에 대한 북한 이름이 궁금했다. 태극은 태극기와 관련이 있어서 북한의 정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뱀눈밤나방"이라고 한다. 남한에서 태극 문양으로 본 것을 북한에서는 뱀눈으로 본 것이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부를까? 오스구로토모에(オスグロトモエ)라고, 번역하면 수컷이 검은 소용돌이 무늬를 가졌다는 뜻이다. 우리는 태극으로 본 무늬를 이들은 소용돌이 무늬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태극나방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곤충 이름을 하나 짓는데도 해당 지역의 문화와 정서가 깃들여 있음을 알 수 있다.
6) 말벌
말벌은 벌 중에서 가장 큰 종류에 속한다. 몸길이는 맵시벌처럼 매우 긴 종류가 있긴 하지만, 대개의 포식성 벌 중에서는 가장 큰 종에 속한다.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지명에서 '말골', '말바위', '말방죽' 등이 있는 것처럼 이때의 '말'은 대체로 '큰' 의미를 띤다. '말벌'의 '말'도 크다는 의미이다. 곤충명 중 비슷한 의미로는 '왕잠자리'를 '말잠자리', 매미 중 덩치가 큰 '말매미', 귀뚜라미를 닮은 '곱등이'를 '말귀뚜라미', '왕거미'를 '말거미'라고 한다.
- 다른 이름은? -
북한에서는 말벌속에 속하는 곤충들을 '왕퉁이' 라고 한다. 이 이름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왕-"은 매우 큰 것에 붙이는 접두사와 같고, "-퉁"은 퉁퉁하다는 뜻이며 거기에 사물 이름에 붙는 접미사 '-이'가 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왕퉁이란 의미가 벌이 크고 퉁퉁하다는 것이 아니라 벌에 쐬이면 크게 퉁퉁 붓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말벌의 한자말은 호봉(胡蜂)이다. '오랑캐벌'인 셈이다. 옛날부터 대개 중국산의 것이 크고 화려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큰 벌이면서 노란 색이 눈에 띄는 말벌들을 호봉(胡蜂)이라고 하였을 것이다. 특히, 종명으로서의 '호벌'은 우리의 '장수말벌'을 칭한다. 말벌 중에서도 가장 큰 종이다.
영미문화권에서는 '말벌'을 Hornet과 Yellow-jackets 이라 한다. Hornet은 주로 땅위에 집을 짓는 무리를 칭하고, Yellow-jacket은 땅속에 사는 종들을 칭한다. Hornet은 아마도 꿀벌을 사냥한다든지 다른 곤충을 괴롭히는 행동 때문에 생긴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또한, 이 말벌의 이름을 딴 F-16 Hornet 전투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말벌의 용맹성도 한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Yellow-jacket은 말벌의 노랑, 검정띠가 마치 자켓을 입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7) 땅강아지
아이들이 맨땅에서 뒹글며 오랜 시간동안 놀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런 모습을 본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어휴! 이 녀석 땅강아지(흙강아지)가 되었네" 라고....
아마도 배를 끌 정도로 키가 작은 강아지가 흙 범벅이 된 모습을 상상해서 그러셨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곤충으로서 땅강아지는 다리가 매우 짧다. 또한 앞다리의 종아리 마디 부분이 땅을 파기에 적합한 모습이다. 머리는 다소 튀어나와 땅속의 터널로 들어가기가 좋게 생겼다. 이처럼 코를 벌름거리면서 땅을 파대는 키가 작고 배가 똥똥한 강아지의 모습으로부터 "땅강아지"란 곤충의 이름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 다른 이름들 -
땅강아지는 재미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곤충이다. "게발두더지를 구워 먹으면 침 흘리는 아이가 낫는다."란 말이 있다. "게발두더지"가 바로 땅강아지다. 앞발은 변형되어 게의 집게발처럼 두텁고 머리는 뾰족하며 다리가 짧으니 영락없는 두더지의 모습이다. 김진일교수의 "우리 곤충 백가지"를 보면, 땅강아지는 원래 전라북도에서 쓰던 이름이란다. 그리고 경기도에서는 '밥두더기', 충청북도의 '지밥두럭이', 황해도의 '둘래미', 평안남도의 '동도래', 함경북도의 '꿀도떡'이라는 이름이 있다.
- 북한의 이름 -
북한에서는 '도루래'라고 한다. 어른들이 날 궂은 때 땅속에서 지렁이가 운다고 생각하는데 그 울음소리가 바로 '돌돌래 돌돌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은 지렁이가 아니고 땅강아지이다. 즉, 땅강아지가 내는 소리로부터 변형되어 "도루래"란 이름이 생겼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진일교수의 "우리곤충 백가지"에서는 수컷이 "비이이이이-"하고 긴소리를 내고, 암컷은 수컷을 만나면 "수이- 비이-"라고 짧은 소리를 낸다고 한다. 과연 각 사람들에게 어떤 소리로 들리는지 확인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 외국의 이름 -
영어권에서는 mole cricket이라 하여 두더쥐귀뚜라미가 된다. 두더쥐가 붙은 것은 "게발두더쥐"에서 보았듯이 생김과 땅파는 습성이 닮아서 그렇고 귀뚜라미가 붙은 이유는 이들이 크게는 귀뚜라미 무리에 속하기 때문이다.
8) 풍뎅이
풍뎅이 노래를 찾아보면 풍뎅이를 잡아 돌린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풍뎅이 머리를 강제로 1~2바퀴 돌리고 등날개쪽이 바닥에 닿도록 뒤집어 놓으면 풍뎅이가 방향감각을 잃고 빙글빙글 돌게된다. 잔인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놀이기구로 활용했던 방법이다.
"씰어라 씰어라/마당 씰어라/일꾼들 들어온다/마당씰어라"라는 놀이요가 있다.
지방별 이름으로는 '핑등이(논산)', 둥개(전주), '핑겡이 또는 핑갱이(장흥)', '두매기(북제주 애월)' 등이 있다.
- 풍뎅이 이름의 어원과 다른 추론 -
김민수 편의 "우리말 어원사전(태학사)"을 보면 이탁선생(1967)의 글을 인용하여 풍뎅이 어원을 풀이해 놓았다. 여기에 따르면 풍뎅이는 본래 분랑(糞螂)+이(접미사)가 변화하여 된 것으로 되어 있다. 즉 분랑이란 본래 소똥구리를 일컫는 말로서 강랑(?螂)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 말이 변화되어 풍뎅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변천 과정의 설명이 없기에 '분랑이'가 풍뎅이로 되었다는 점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분랑이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의 변천을 하다보면 풍뎅이로 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앞에서 본 놀이요와 여기에 나온 방언을 통해서 두 가지 유래가 추론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는 핑핑 도는 모습을 표현한 '핑겡이'나 '핑등이' 처럼 핑핑 돈다는 의미로 '핑등이'가 변해서 '풍뎅이'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두번째는 '풍'을 바람을 뜻하는 한자어 풍(風)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뒤집혀 돌며 바람을 내는 날개짓에서 '풍-'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또한 '-뎅이'는 고깃덩이에서 볼 수 있듯이 물건이나 사물의 덩어리를 일컫는 말인 '덩이'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풍뎅이'가 아니라 '풍덩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유사하게 풍뎅이의 일종인 '풍이'란 종의 이름도 있다.
어떤 추론이 맞는지는 좀더 자료를 찾아보고 검토해야할 문제이다. 하지만 소똥구리를 뜻하는 것에서 풍뎅이가 생겼다는 점에는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우리말에서 소똥구리와 풍뎅이는 비교적 오래 전에 구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이다. 따라서 풍뎅이 자체는 이름이 바람을 일으키며 도는 행동과 관련된 뚱뚱한 몸을 가진 곤충이란 특징에서 그 이름이 유래됨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해서 제안해 본다.
9) 베짱이
늦여름부터 가을로 접어들 무렵 한적한 밤길을 걷다보면, "쓰윽-잭 쓰윽-잭"하는 소리가 들린다. 연세 많은 어른들만 알겠지만 베를 짜는 소리를 닮은 베짱이 노래 소리는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베짱이의 옛말은 '뵈짱이'였다고 한다. 단국대 홍윤표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뵈+짜-+앙이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중 '뵈'는 지금의 '베'이고 '자-'는 베를 짜다의 '짜'라고 한다. 그리고 '-앙이'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지소사라고 한다.
즉, 베짱이란 베를 짜는 작은 생물이란 뜻이다
10) 사마귀
여우처럼 생긴 삼각형의 얼굴, 좌우로 잘 돌릴 수 있는 머리, 긴 목처럼 보이는 앞가슴등판과 가시가 많이 난 앞다리 등 사마귀는 꽤나 독특한 용모를 가진 곤충으로 이름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름이 왜 '사마귀'가 되었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예전에 "귀타귀"라는 귀신들의 힘을 빌려 싸우는 홍콩영화가 있었다. 영화를 보았던 때가 늦여름이어서 성충이 된 사마귀를 자주 볼 수 있었고, 이들의 이름이 그의 포악한 행동 때문에 '마귀' 또는 '귀신'과 관계된 어원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자료를 뒤지다보니 고 이일구교수님의 정년퇴임기념집 중에서 1954년 조선일보에 게재했던 「사마귀」란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교수님에 따르면, '사마귀'는 한자어 '死魔鬼'로부터 유래한다고 일부에서는 생각한다고 소개하였다. 불교에서 '사마(死魔)'는 목숨을 빼앗고 오온을 파멸시키는 악마이다. 즉 사마귀는 여러 곤충들의 목숨을 빼앗는 악마성을 가진 귀신같은 곤충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귀에 대해서 다른 해석도 있다. 우리는 살갗에 나는 작은 혹을 '사마귀'라고 한다. 이 혹을 곤충인 '사마귀'가 뜯어먹으면 낫게 된다는 속설도 있다. 즉 질병으로서 혹의 이름이 곤충의 이름으로 전이된 경우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 글의 많은 어원을 갖고 있는 훈몽자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질병인 '사마귀'의 고어는 '사마괴'이다. 반면에 곤충으로 '사마귀'는 '당의야지'로 한자어인 사마귀 당(螳)으로부터 유래하였다. 언제부터 이 곤충의 이름이 사마귀로 변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속설을 통해서 볼 때 질병의 이름이 곤충의 이름으로 전이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두 해석 모두 이 곤충의 포악성이나 포식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 사마귀의 별칭들 -
'사마귀'란 이름은 남한과 북한에서 함께 부르는 공식 이름이다. 하지만 일부 지방이나 서적에서는 '오줌싸게'와 '버마재비'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
'오줌싸개'는 '오짐싸게' 또는 '오줌쌀개' 등으로 변형된 경우도 있는데 이 이름들은 모두 경북 지방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마귀는 사람들이 건드리거나 또는 위협을 느낄 때 마치 큰 동물이 오줌을 싸는 것 처럼 액체를 배설하는 습성이 있다. 적을 방어하는 행동의 일환인 것으로 보이는데, 사마귀가 손에 오줌을 싸면 살갗에 '사마귀'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다. 아마도 사마귀의 배설 행동과 속설이 결합하여 사마귀를 '오줌싸게'라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버마재비'란 이름은 '범'과 '아재비'가 결합된 이름이다. 즉 범을 닮거나 비슷하다는 뜻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범머제비', '범아제비', '거마재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마귀는 범나비(호랑나비)처럼 범무늬를 갖지 않았으나, 적이 나타거나 건드리면 앞발을 들고 겉날개을 벌려 속날개를 펼치며 대결 자세를 취한다. 옛사람들은 이 모습으로부터 호랑이가 다른 동물 앞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 장면을 연상하였던 모양이다.
사마귀에 얽힌 우리 속담 중에는 '버마재비가 수레를 가로막는다' 또는 '버마재비도 성나면 앞발로 수레를 막는다'가 있다. 이 말은 호랑이도 아닌 것이 길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사마귀의 모습에 기가차지 않아서 생긴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은 모르고 만용을 부리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서 감정적으로 하는 일은 다 실패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버마재비란 말은 우리에게는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곤충 사이에서는 호랑이에 못지 않는 위용을 떨치는 것으로 곤충 중의 범이란 뜻으로 좋게 해석해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연가시' 또는 '어영가시'란 이름도 갖고 있다. 즉 사마귀의 한자어중에는 당상이란 이름도 있는데 이 이름이 '연가시'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상자는 사마귀, 연가시, 메뚜기를 총칭한다. 현재는 '연가시'를 사마귀, 메뚜기 등의 내장 속에 기생하는 매우 긴 철사처럼 생긴 벌레를 말한다. 이 벌레는 사마귀가 성충이 된 후에 몸에서 나와 주변의 물속으로 들어가 알을 낳게 된다. 알에서 깨난 기생충은 다른 수서 곤충에 먹혀서 곤충의 몸속에 들어가고 후에 이 곤충이 사마귀에 잡혀 먹힐 때 사마귀의 몸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기생충은 학술적으로는 선형동물의 일종이다. 이처럼 '연가시'란 이름은 앞에서 '사마귀'가 살갗의 혹과 곤충 이름의 관계처럼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이 지금은 함께 쓰는 이름이 된 것이다.
- 외국에서 부르는 이름 -
중국에서는 '당랑(螳螂)'이라고 한다. 이일구 교수에 따르면 충(忠)변을 뺀 當郞이란 서방(신랑)에 대항한다는 뜻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사마귀의 생태로 볼 때 적절한 해석이란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사마귀의 암수가 짝짓기를 하는 동안 먹이가 충분치 않았던 암컷의 경우에는 그 순간에 수컷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수컷에서 짝짓기를 유도하는 신경기관은 머리에 있지 않고 배에 있다. 수컷은 암컷에 잡아먹히면서도 성공적인 짝짓기를 수행하는 것도 이같은 신경기관의 분화 덕택인 것이다. 즉, 신랑에 대항한다는 뜻으로 '당랑'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사마귀의 생태적 특성을 세밀하게 관찰한 옛사람들의 지혜 덕택인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마귀를 Praying Mantis라 한다. 앞발을 들고 먹이를 노리고 있는 자세에서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연상하였던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마귀의 행동에서 신에 대해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면, 동양에서는 사마귀의 포악성을 보았던 것이다. 즉, 서양의 이름이 중세 종교의 영향으로 신적 해석을 강요받았다면, 동양의 이름들은 사마귀의 생생한 관찰을 반영한 민주적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11) 하늘소
우리말로 "하늘소"란 이름이 언제 붙여졌는지 자세히 아는 이가 없다.
다만 이 곤충의 한자 이름이 천우(天牛)로 되어 있기에 이를 그대로 번역하여 붙여진 이름일 것으로 추정된다. 왜 그 두 단어를 결합하여 곤충 이름으로 삼은 것일까 상상해 보자.
우선 하늘소란 곤충의 생김새를 보자.
앞에서 얼굴을 보면 삼각형으로 이마는 편평하면서 넓적한데다 큰 눈과 아래쪽에 쭉 째진 큰 입을 갖고 있어서 우리 한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더군다나 긴 더듬이는 한우의 뿔을 연상케 한다. 모습이 닮았을 뿐 아니라 먹고 소화시키는 방식도 소와 닮았다.
소는 풀을 뜯지만 하늘소의 애벌레는 나무 속 목질부를 먹는다. 둘 다 사람은 소화시킬 수 없는 셀룰로즈(cellulose)라는 섬유소를 먹는 것이다.
하면, 왜 하늘이 붙였을까? 두 가지 상상이 가능하다.
하나는 큰 덩치의 참나무하늘소와 같은 종들은 머리를 위쪽으로 하여 나무에 붙어 있으면 마치 하늘을 향한 소처럼 보였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땅에 있는 소와는 달리 하늘소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어서 하늘소라고 하지 않았을까?
- 북한에서 부르는 이름과 남한의 방언 -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서 하늘소라 부르는 곤충을 "돌드레"라고 한다.
왜 돌드레라 하였을까? 하늘소보다 연유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이름인 것이다. 하늘소 무리는 대부분이 나무에 사는지라 몸은 가늘더라도 길고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다. 그 다리로 높은 나무를 잘 기어다니며 강풍과 같은 외부의 압력에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꽉 잡는 힘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은 지금도 하늘소를 보면 "돌드레", "돌다리", "돌집게"라고 하고, 어떤 이는 "돌드레미"라고도 부른다.
이 분들은 오히려 하늘소라고 하면 잘 모른다. 예전의 아이들 생활은 지금에 비해 매우 단조로웠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곤충들이 훌륭한 장난감이 되었다. 나무에서 하늘소를 잡은 아이들은 긴 더듬이를 잡고 곤충의 발 가까이 돌을 가져다주면 다리로 움켜쥐어 번쩍 들게 하는 놀이를 즐긴 것이다. 누구의 하늘소가 더 큰 돌을 드는지 내기도 하면서.
이런 하늘소의 행동은 사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의 노력일 것인데 어린이들은 제 몸보다도 무거운 돌을 6개의 발로 들어올리는 것을 신기해하며 놀았던 것이다. "돌드레"라는 북한에서 부르는 이름도 이런 연유에서 생긴 하늘소의 지방명일 것이다.
방언사전에서 하늘소의 방언을 찾아보면, 남한지역에서는 하날소, 하날쏘, 하널소, 하눌소, 하늘쏘, 하늘새, 하늘쏘, 하늘찍께, 찝께, 찝개 등으로 불리웠다. 이 이름들은 대부분 하늘소가 약간 변형된 것일 뿐이다.
-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 -
하늘소의 영어 이름은 longicorn beetles 또는 longhorn beetles 이다. 둘 모두 뿔이 긴 딱정벌레란 뜻이다.
긴 뿔은 더듬이를 말하는 것이다. 특히 롱혼(longhorn)은 뿔이 긴 소 품종의 이름이다.
동양과 서양 모두 하늘소에서 뿔과 같은 더듬이 뿐 아니라 생김에서 소의 이미지를 읽은 것이 아닐까 한다. 왜 긴 더듬이가 뿔을 연상시킬까? 사실 딱정벌레류 중에서 더듬이가 긴 무리가 여럿 있지만 이들의 더듬이는 모두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하늘소 무리는 단단하고 강한 더듬이를 가졌기 때문에 뿔을 연상시킨 듯하다.
12) 부전나비
부전나비는 한 종의 나비(Lycaeides argyronomon) 이름이기도 하고, 동시에 부전나비과 (Family Lycaenidae) 무리를 대표한 이름이기도 하다.
90년대 후반 석주명선생의 "나비 이름 유래기"란 책을 구입하게 되면서 '부전'이란 이름의 뜻을 알게 되었다. 석선생은 "부전이란 사진틀 같은 것을 걸 때 아래에 끼우는 작은 방석의 역할을 하는 삼각형의 색채 있는 장식물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국어 사전을 보면, "부전은 계집아이들의 노리개의 한가지로 색 헝겊을 둥글거나 병모양 같이 만들어서 두 쪽을 맞대고 수를 놓기도 하며 다른 빛의 헝겊으로 알록달록하게 바르기도 하여 끈을 매어 차고 다님"이라고 하였다. 이런 점으로 보아 부전의 뜻에는 작고 알록달록한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전나비는 작으면서 색이 알록달록하면서 화려한 나비란 뜻이다. 아울러, 석선생님이 "부전나비라고 한 것은 그 형태를 잘 표현한 것으로 선배의 명작이다."라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이 나비의 이름은 해방 전에 이미 다른 분에 의하여 지어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13) 거위벌레
곤충의 이름 중에는 다른 동물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 있다. '표범나비'하면 표범의 무늬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졌고, '사슴벌레'하면 사슴뿔 모양으로 크고 긴 큰턱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이름들은 그 동물의 일부 형태나 색상이 닮아서 이지만 거위벌레는 겉모습 자체가 거위와 유사하여 이름을 빌려 오게된 곤충이다
거위벌레란 이름은 특정 종(Apoderus jekelii)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러 종의 다른 거위벌레들을 총칭하는 거위벌레과(Attelabidae)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곤충이 왜 거위벌레가 되었는지는 매우 단순하다.
어린아이들에게 거위나 오리를 그리라고 하면 긴 목과 삐죽거리는 입 그리고 엉덩이가 뒤뚱이는 모습을 특징으로 그린다. 곤충 중에도 다른 부분에 비하여 목이 매우 긴 반면에 배부분이 짧아서 딱지날개로 짧게 감싸기 때문에 마치 오리나 거위의 엉덩이를 보는 느낌을 갖게 하는 곤충이 있다. 이 같은 외형이 거위를 연상하기 때문에 거위벌레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 다른 이름들 -
남한에서는 이 곤충의 외형을 보고 이름을 지었지만 북한에서는 '몽똑바구미'라고 부른다. '몽똑-'이 들어간 이유는 아마도 이 곤충의 주둥이가 다른 바구미류에 비하여 다소 짧으면서 축소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남한에서는 거위벌레 무리를 바구미 무리와는 독립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을 바구미 무리의 일부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름 뒤에 바구미를 붙였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이 곤충 무리를 모두 묶어 잎말이바구미(leaf-Rolling Weevils)라고 한다. 즉 이 곤충의 암컷이 알을 낳기 위하여 잎을 마는 행동에 주목하여 지어준 이름이다. 일본에서도 오또시부미(オトシブミ)라고 하여 물건을 떨어드린다는 의미로서 아마도 잎을 말아서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서양의 이름과 기원이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두 이름 모두 거위벌레의 행동학적 특징으로 붙여진 것이다.
14) 바퀴
이들의 어원은 밝혀져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추측컨대 이 곤충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마치 운반도구인 "바퀴"가 굴러가는 듯해서 생긴 이름이 아닐까 한다. 이 주장을 반증해 주는 것으로 운반용 "바퀴"와 곤충 이름 "바퀴"의 방언이 매우 유사한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동테", "바꾸", "바쿠", "발티이", "바키" 등은 운반도구와 곤충 모두에 함께 사용되는 방언이다. 특히, 이들 방언은 사용 지역이 거의 같거나 그 주변 지역으로 거의 일치한다. 즉, "동테"라고 운반도구를 지칭한 동네에서 곤충도 "동테"라고 불렸다는 점이다. 이런 점들로 보아 곤충 이름이 운반도구인 바퀴에서 생겨 왔다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런 추정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 곤충의 모양과 행동이다. 실제로 바퀴의 모습은 둥글 납작하여 원반형이며, 이들이 사람의 모습을 눈치채고 나서 숨는 행동은 마치 빠른 속도로 굴러가는 바퀴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돈벌레란 이름의 유래 -
요즘은 집안에 바퀴가 생기면 뭔가로 때려잡고 분무액을 뿌리거나 유인 매트를 설치하는 등 매우 부산을 떤다. 바퀴가 위생상 매우 안 좋은 곤충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김새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해져 사람들이 싫어하는 곤충 중의 1순위에 들 정도이다. 하지만, 과거의 바퀴는 우리에게 길조를 지닌 곤충이었다. 이름하여 "돈벌레"였다. "바퀴가 많이 생기면 부자가 된다", "바퀴벌레가 많은 집은 부자가 된다" 등 이 곤충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 또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돈이 들어올 징조로 삼았던 것이다.
그럼 왜 이 곤충을 돈벌레라 하였을까? 이 이유에 대하여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다. 가주성 바퀴는 외국에서 도입된 종으로 보고 있다. 즉, 이들은 남방성 곤충이므로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지내야한다. 과거 우리의 집구조와 난방 수준으로 보아 따뜻한 곳으로 유지될 수 있는 곳은 가난한 집보다는 부잣집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바퀴가 살았던 집들은 대개가 난방이 잘되던 부잣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가난한 집에 없는 바퀴가 부잣집에게는 돈이 들어오게 하는 좋은 벌레인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 다른 이름들 -
남북한 같은 이름으로 불리운다.
바퀴의 한자명은 비렴(蜚), 향랑자(香娘子)가 있다. 바퀴가 내는 퀴퀴한 냄새가 중국인들에게 좋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향랑자는 향기나는 냄새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으로 매우 고상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시각이 발달한 동물이 아니라 냄새가 발달한 동물이었다면 호랑나비보다는 바퀴를 훨씬 예뻐했을거라는 말이 있다.
15) 반딧불이
조선시대의 훈몽자해(訓蒙字會) 상권 21에 의하면 '반딧불이'의 고어는 '반도'이고, 훈민정음해례본(訓正正音解例本)에서는 '반되'로 표기되어 있으며(최학근 1977), 靑丘永言에도 '반되'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이들이 내는 불빛인 '반딧불'은 '반되블'로 청구영언에 수록되어 있다. 지금의 국어사전을 통하여 볼 때 표준어로 사용된 것은 '반디'이며 그가 낸 불을 '반딧불'로 표기되어 있어 아마도 불빛나는 모습과 관련된 이름으로 생각된다.
생물학 분야에서는 해방직후인 1948년에 출간된 동물학 교재를 통해 볼 때, 애반딧불이류를 서술하면서 '개똥벌레'란 또는 '반딧불'로도 표기하였으며, '늦반딧불이'는 '늦반디'라고 명시하였다. 1968년 한국동물명집 곤충편에서는 '반딧불'+ 접미어 '이'가 붙어서 '반딧불이'가 곤충 이름이 되고, 이 곤충이 내는 불빛만을 '반딧불'로 표기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공식적인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곤충의 이름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용어인 '반딧불이'를 통일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16) 길앞잡이
길앞잡이는 오랜 세월동안 반묘(斑猫)라고 불리웠다. 한방에서는 딱정벌레목의 일종인 "가뢰"를 역시 반묘(斑猫)라고도 부른다.
가뢰는 지담(地膽)으로 주로 불리웠지만, 이 곤충의 먹는 식물과 시기에 따라서 반묘(斑猫), 완청(莞靑), 갈상정장(葛上亭長)으로 구분하여 불렀다.
가뢰가 약제로 유명한 것은 칸다리딘(Cantharidin)이란 맹독성의 약리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형태적으로 가뢰 역시 금속성 광택을 갖고 있지만 식물을 먹는 가뢰는 턱이 크지 않아 쉽게 구별될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길앞잡이를 가뢰와 혼동하기 시작하여 같은 이름으로 불리며 동일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길앞잡이는 칸다리딘이란 성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길앞잡이는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동안 가짜 약 행세를 한 셈이다.
이 곤충은 해방 직후에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었다.
1946년에 나온 조복성 선생의 「곤충기」에는 "길 앞자비"라고 쓰고 "반묘"라고도 한다 하였다. 반면에 1947년 최기철 선생의 「동물도보」에는 "반묘"란 이름 안에 괄호로 "비단장사"란 이름도 표기하여 놓았다. 아마도 그 곤충의 화려함이 비단과 비교되었기 때문에 비단장사라고도 한 것 같다. 그 후 "길앞자비"는 "길앞잡이"로 변화되어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단순히 이 곤충의 행동적 특성을 먼저 인식하고 길앞잡이라고 하였을까?
일제시대에도 한자로는 반묘로 쓰면서도 "미치 오시에"란 일본명도 있었다. 이 "미치 오시에"는 "길안내(道敎)라고 번역될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아 우리의 이름은 해방 이후 일본명 "길안내"에서 "길앞잡이"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 북한의 길당나귀 -
북한에서는 "길앞잡이"를 "길 당나귀"라고 부른다. 해방 직후 남북 분단으로 남한과 북한은 각기 다른 한글명을 짓게 되었다.
"길당나귀"란 이름은 1968년 「북한 곤충명집」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교적 자료가 많은 나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에서는 남한 나비 이름을 자기들의 이념과 체제에 맞추어 개명한 흔적들이 많이 있다. 한 예로 남한의 "왕세줄 나비"는 북한에서는 봉건제도의 타파란 이념 때문에 "큰세줄 나비"로 바뀌었다.
남한의 "길앞잡이"는 북한에서 "길 당나귀"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길앞잡이의 "-앞잡이"가 그들의 입장에서 좋지 않은 뉘앙스를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길+당나귀의 결합으로 바꾼 것은 이 종의 행동을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곤충은 달리기를 좋아한다. 앉았다 한번에 멀리 날지 못하고 앉았다 날기를 반복한다. 마치 망아지가 껑충껑충 뛰는 듯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 서양의 타이거 비틀(Tiger beetles) -
서양에서는 길앞잡이를 "tiger beetles"이라고 한다.
외국 책을 번역한 사람 중에는 "호랑딱정벌레"라고 번역한 이들도 있다. 서양에서도 이 곤충은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그들은 이 곤충의 빠르고 난폭한 포식 습성에 주목 하였다. 길앞잡이는 유충이든 성충이든 큰 턱이 발달되어 있다. 우리로 치면 날카로운 송곳니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길고 큰 턱이 먹이를 한번 잡아채면 살아서는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유충은 비교적 단단한 흙 속에 수직 방향으로 굴을 파고 먹이가 지나기를 기다리는데 그 굴의 입구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다. 애벌레는 굴 입구에 머리를 대고 지표면의 진동을 통하여 먹이 곤충이 굴 가까이에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비호처럼 먹이를 낚아챈다.
이런 모습이 서양사람들에게는 먹이를 잡는 호랑이를 연상시켰던 모양이다. 이런 연상은 길앞잡이의 옛 이름인 "반묘(斑猫)"하고도 일맥상통한다. 반묘를 풀어보면 "얼룩고양이"라고 할 수 있으니 서양의 타이거 비틀과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7) 등에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편)"에 따르면, '등에'는 어원이 미상이지만 그 변화를 보면 1433년의 향약집성방에서 '등에(登外)'로 처음 기록을 찾아볼 수 있으며, 그 후의 문헌를 차례로 보면 능엄경에는 '위', 훈몽자회에는 '의', 물보비충에는 '등'으로 변화해 나오다가 결국은 지금의 등에로 변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곤충의 어원을 구어학적으로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이들의 행동과 생태를 통하여 이름의 유래를 추정해 보려고 한다. 이들은 소와 같은 가축을 공격하고 때에 따라서 사람도 공격한다. 동물의 피를 빨기 위해서는 우선 소의 등가죽과 같은 표피에 올라타 강한 주둥이로 뚫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행동에서 사람들은 이 곤충이 어떤 가축에 올라탄다는 의미의 한자어 '登(등)'에 접사 '에'를 붙이게 된 것은 아닐까?
- 등에의 다른 이름 -
등에의 방언를 찾아보면, '드'는 경기, 충북과 전라도를 제외하고는 내륙의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이 외에 특이한 방언으로 경남 산청에서 '발재'와 '심바리', 제주지역에서는 '앙이' 와 '앵이', 충북의 '트'와 '트', 충주와 단양의 '퉁쉐'를 들 수 있다. 아마도 제주의 방언은 이들의 붕붕거리는 날개짓 소리를 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퉁쉐는 쏘는 또는 쏘인 모습에 연유한 것이 아닐까 추측되지만 아직 정확한 어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등에는 한자어로는 비맹(蜚)으로 불리었는데 때에 따라서는 '맹충'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안성 "고지의 전설"에서 반란을 일으킨 '고몽룡'이란 자가 커다란 맹충으로 변하였다고 전해오는 것으로 보아 맹충은 우리와 친숙한 이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어권에서는 호올스프라이(horseflies)로서 우리말로 직역하면 '말파리'가 된다. 아무래도 유럽에서는 소보다는 말을 주로 이용하였고 이 말들을 공격하는 파리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18) 개미지옥과 명주잠자리
왜 이름이 여러 개 일까?
곤충은 알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면서 그 모습이 뚜렷하게 변화한다. 특히, 완전변태 상태의 성충은 애벌레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한다. 한 종이라 하더라도 애벌레와 성충의 이름이 다를 수 있다. 명주잠자리의 '개미귀신'이라는 이름은 애벌레 시기에 관련된 이름이다. '명주잠자리'라는 이름은 성충시기에 부르는 이름이며 이 종의 공식 명칭이기도 하다.
- 이름이 유래 -
이 곤충의 애벌레가 왜 '개미귀신' 또는 '개미지옥'과 관련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생태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이 곤충의 애벌레는 강변이나 바닷가의 모래로 이루어진 토양을 좋아하며, 산지에서는 모래처럼 매우 부드러운 흙이 있는 곳에도 산다. 명주잠자리 애벌레는 모래나 흙을 파서 깔대기 모양의 집을 짓고 그 집 아래에 몸을 숨긴다. 지나던 곤충이 모래 웅덩이에 빠져 기어오르려 애를 쓰지만 미끄러지게 된다. 이렇게 빠진 곤충을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잡아먹게 되는데, 집게처럼 생긴 강하고 긴 턱으로 희생자를 잡아 체액을 빨아먹어버린다. 흡혈귀가 피를 빨아먹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 희생자 중 개미가 많기 때문에 이름 첫머리에 '개미'가 우선 올라 있다. 개미 입장에서 보면 애벌레 자체는 물귀신과 같은 존재이므로 '개미귀신'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애벌레의 집인 깔때기 모양의 모래 웅덩이는 개미에게 지옥과 같은 곳이니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집을 '개미지옥'이라 하는 것이다.
또한 '명주잠자리'란 이름 자체를 보면 이 종을 잠자리의 일종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곤충은 잠자리와의 관계가 매우 멀다. 외형이 잠자리의 모습을 닮았지만 잠자리와는 달리 더듬이가 뚜렷이 길다. 아울러 날개가 잠자리보다도 맑고 투명하여 마치 명주천의 질감을 연상시킨다. 이런 연유로 명주잠자리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 다른 이름들 -
이 종의 북한 이름은 '만만이'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길고 먼 모양"이란 뜻의 만만(漫漫)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싶다. 반면에 다른 나라들의 이름은 모두 '개미귀신"과 같이 애벌레의 생태에서 따온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앤트라이온(ant lions)이라 하여 개미사자로 번역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의령(蟻?) 또는 교령(蛟?)이라 하여 개미를 먹는 잠자리 또는 상어같이 무시무시한 잠자리란 뜻을 갖는다.
19) 박각시
일제시대와 월북 직후 왕성한 활동을 했던 '백석'이란 시인이 있다. 그 분의 시 중에서 '박각시 오는 저녁'이란 작품이 있다.
"당콩밥에 기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시를 자세히 보면 해질녘 지붕의 박꽃에 박각시가 붕붕 날아온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이름의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즉, 박각시의 '박-'은 여름에 핀 박꽃의 박이며 '-각시'란 화려한 날개짓으로 꽃꿀을 빠는 나방의 모습을 예쁘게 의인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박각시는 박꽃에 긴 주둥이를 꽂고 날개짓을 계속해 대는 나방의 모습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 새처럼 보이는 나방 -
북한에서는 박각시를 "박나비"라 한다. 즉 박꽃에 오는 나비란 뜻이므로 남한의 이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천아(天蛾)라고 한다. 왜 천아란 이름을 가졌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スズメガ라고 하는데, 이는 자신들이 쓰는 한자명인 작아(雀蛾)를 자신의 음으로 취한 것이다. 아마도 이 나방이 매우 크서 나는 모습이 참새처럼 보여 참새 작(雀)자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이 새처럼 보는 시각은 서양의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어 이름으로 호크 모스(hawk moth)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호크(hawk)는 '매'로서 힘있게 나는 이 나방의 모습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매는 아니더라도 박각시가 나는 모습이 빠르고 힘차기 때문에 그리고 긴 주둥이로 화관이 깊은 꽃의 꿀을 빨면서도 날개짓을 계속하므로 문외한들은 벌새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 뿔난 망아지인 애벌레 -
과거에는 박각시의 애벌레를 참 흔하게 보았다. 초등학교 운동장 옆 플라티너스나무 밑뿐 아니라 깨밭이나 포도덩굴, 고구마줄기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눈에 박각시의 애벌레란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이유는 몸이 매우 퉁퉁하며 크고 길 뿐 아니라 강한 뿔이 꼬리 쪽인 배 8째 마디에 우뚝 솟아 있기 때문이다. 서양사람들도 꼬리쪽에 달린 뿔 때문에 혼웜(hornworm)이라 하여 뿔벌레라 하였다.
박각시 무리의 종이 여럿이고 각각 좋아하는 식물이 다르다. 깨에 살면 깨망아지, 칡에 살면 칡망아지 등으로 불렸다고 연세드신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그런데 왜 망아지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애벌레의 행동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애벌레를 건드려 본 사람이 있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건들자마자 퉁퉁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저항하는 모습이 마치 망아지가 뛰는 듯하다. 망아지는 뿔이 없지만 이 박각시의 애벌레는 꼬리에 뿔을 가지고 있어 진짜 뿔망아지인 셈이다. 또한, 내가 태어난 곳에서는 '맹챙이' 또는 '맹청이'라고도 불렀다. 그 시절에는 이놈을 죽이면 푸른 물만 찌-익 나오기 때문에 온통 푸른색의 맹물만 나오는다는 뜻으로 맹청이로 부르지 않았을까?
지금껏 그렇게 불린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등에의 애벌레인 '맹충'에서 유래되어 대부분의 애벌레들을 칭한 것이 아닐까 싶다.
20) 송장벌레
자연계의 청소부 역할을 담당하는 곤충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곤충은 '송장벌레'란 독특한 이름을 가진 무리이다. 이름 속에 송장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어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들이 자연에서 죽어간 쥐나 작은 새들의 사체를 치워주는 훌륭한 곤충이다. 시체를 치워주는 방식에는 무리마다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유명하게 된 이유에는 송장벌레속(Nicrophorus)에 속하는 종들의 특별난 생태 때문이다. 이들은 쥐나 새의 시체가 발생되면, 더듬이 끝의 넓게 확장된 부분을 통하여 즉시 냄새를 맡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만일 수컷이 먼저 발견을 하였다고 하면 암컷이 빨리 오도록 하기 위하여 시체 위에 올라서 특별한 자세를 잡고 암컷을 유혹하는 페르몬 향수를 뿌려댄다. 왜냐하면 이들은 암수가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거기에 자신들의 새끼가될 알을 놓을 뿐 아니라 그들의 알로부터 새끼들이 커가는 과정을 돌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동물의 시체는 자신의 자손이 먹을 식량원인 셈이다. 따라서 시체를 흙이나 낙엽등으로 묻는 매우 정교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만일 시체가 놓여진 위치가 땅파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 하면 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적합한 공간으로 옮겨놓기도 한다. 묻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들은 시체의 털이나 깃털 등을 뽑아내는 단계를 거친다. 이 때, 자신의 배끝에서 나오는 특수한 방부물질로 털뽑을 자리를 발라대어 시체가 썩는 시간을 지연시키도록 애을 쓴다. 그리고 나서 사체의 밑으로 들어가 아래쪽 흙을 파올려 쥐를 흙속으로 내려오게하면서 퍼올려진 흙으로 덮어간다. 마침내 사체는 지하로 내려가고 교묘하게 흙이나 낙엽등으로 덮힌 무덤이 완성된다. 그리고는 덮은 표현에 자신들의 알을 낳아서 새끼가 되면 바로 아래의 사체를 먹게 한다. 즉, 무덤이 바로 애벌레들의 먹이 저장고인 것이다. 어째든 우리들의 눈에는 쥐나 새들의 징거운 사체를 볼 수 있지 않아서 좋다. 따라서 이들은 이름 그대로 송장을 취급하는 곤충인 송장벌레인 셈이며 프랑스의 파브르란 곤충학자도 이 곤충에게 "위생장관"이란 호칭을 주었다고 한다.
- 다른 이름들 -
이 곤충의 이름은 남과 북이 모두 같이 '송장벌레'라고 같이 쓴다. 아마도 북한에서도 이보다 더 적합한 이름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반면에 한자어로 이들의 이름은 매장충(埋葬蟲)이라고 부른다. 즉, 시체를 묻어주는 역할을 그대로 표현한 셈인데, 비슷한 맥락으로 영어권에서는 주로 부르는 이름도 있지만 별칭으로 베링비틀즈(Burying Beetles)라고 하여 한자어와 같은 뜻의 이름도 있다. 이보다 주로 쓰는 영어 이름은 캐리언비틀스(carrion beetles)로서 썩은 고기 또는 사체를 먹는 딱정벌레란 뜻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국, 서양 등 대부분의 이름들이 그 곤충이 가지는 생태를 반영하여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 물장군
- 이름의 유래 -
물 속에 사는 곤충으로 물방개, 물땡땡이, 소금쟁이, 게아재비 등 여러 종류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몸집이 가장 큰 곤충은 단연 물장군(4.8-6.5㎝)이다. 우리들은 몸집이 큰 사람을 보면 장군감이라고 말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물장군 역시 물에 사는 곤충 중에서 장군감인 것이다.
이 곤충은 매우 훌륭한 무기를 갖고 있다. 낫과 같이 생긴 앞다리는 움직이는 적을 찍고 단단히 움켜잡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물고기와 개구리를 움켜잡고 침모양의 주둥이로 체액을 쭉쭉 빨아먹는다. 물에 사는 곤충 중에서 가장 용맹할 뿐만 아니라 포악하다고 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이다.
- 외국에서 부르는 이름 -
서양 사람들은 물장군을 자이언트 버그(Giant bug)라고 부른다. 거인을 뜻하는 자이언트(giant)와 벌레를 뜻하는 버그(bug)를 결합한 것으로 우리말로 하면 "거인벌레"가 되는 것이다. 그들 역시 물장군의 몸집과 힘에 압도되었던 모양이다.
한자로는 전별(田鱉)이라고 한다. 즉 논에 사는 자라란 뜻이다. 물장군은 날개에 비해 앞가슴의 길이가 짧고 머리에 난 주둥이는 아래쪽으로 숙인 형태를 한다. 마치 깡패처럼 떡 버러진 어깨에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모습을 한다. 이런 물장군의 모습에서 자라목을 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22) 병대벌레
- 이름의 유래 -
우리가 지금 '병대벌레'라고 부르는 곤충은 이름은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소 변형된 이름인 것같다.
영어로 쏠져비틀(soldier beetles) 즉 '군인딱정벌레'인 셈이다.
이 곤충은 유충과 거의 대부분의 성충이 포식성이다.
일부의 성충이 꽃에서 꽃가루나 꽃꿀을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변에 모인 곤충을 잘 잡아먹는다.
특히 일부 병대벌레는 진딧물을 잘 잡아먹어 천적 역할을 한다. 이런 포식성의 모습으로 인해 쏠져비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에서 군인보다는 병정이라고 많이 썼는데 병정벌레가 아니라 왜 병대벌레로 하였을까? 이 곤충의 습성을 보면 다소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병대벌레들은 채집 때 한꺼번에 수십 또는 백 마리 이상이 채집되는 경우도 있다.
성충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한 무리의 군인들처럼. 이런 성충의 습성이 이 곤충을 병정벌레 보다는 무리를 지은 병정들이란 뜻으로 병대벌레라고 한 것 아닐까?
병대벌레를 북한에서는 잎반디라고 한다. 그 이유는 병대벌레가 반디불이와 아주 가까운 친적인데 빛을 내지는 못하고 식물 잎에서 성충이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중국사람들은 국호(菊虎)라고 한다. 국화에 있는 호랑이벌레라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이들도 병대벌레가 꽃에 잘 모이고 그곳에 모인 다른 곤충을 잘 잡어 먹는 포식 습성에 주목을 하였던 모양이다.
23) 뿔나비
- 이름의 유래 -
이 나비의 주둥이를 이루는 부분 중에서 아랫입술수염이란 부분이 있다. 보통의 나비들은 이 부분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뿔나비의 경우에는 마치 뿔이 난 것처럼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몸길이의 약 1/4-1/2 정도로 길게 나와 있다. 그리고 뿔 모양의 부분에는 털로 덮여 있어서 더 돋보인다. 아랫입술수염의 뿔처럼 보인 모습에 주목한 석주명 선생님이 뿔나비란 이름을 지으신 것이다.
뿔나비의 이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이들은 이 나비를 볼 때 왜 뿔나비인가 여러 가지 추측을 하게 된다. 특히 곤충의 형태에 대한 문외한들에게는 '아랫입술수염'이란 부분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앞날개의 모습이 다른 나비와는 좀 다르지 않을까 추측하게 된다. 이 뿔나비는 앞날개의 앞가두리가 특이하게 튀어나와 마치 갈고리 또는 뿔이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나비가 264종인데 이들 중에서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쓰는 이름은 단지 31종에 불과하다. 큰줄흰나비, 유리창나비 등 매우 적은 수인데 뿔나비의 경우도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가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24)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 이름의 유래 -
이 곤충은 노린재의 일종이다. 즉 몸에서 노린내처럼 독특한 냄새를 내는 곤충의 한 무리이다. 하지만 이 곤충에서는 그리 강한 냄새를 느끼지는 못한다.
많은 곤충들이 그렇듯이 이들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생김새 때문이다.이 노린재는 몸길이가 14-17mm로 비교적 큰 곤충이면서 몸이 가늘고 길다.
몸 중에서 뒷다리는 매우 긴데, 특히 넓적다리마디의 안쪽에 톱날처럼 가시들이 많이 나 있어서 마치 톱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 그 덕에 "톱다리-"가 붙게 되었다.
또한 이들의 성충 몸은 가늘고 긴 몸을 보면 배의 뒤쪽이 약간 넓어져 가슴과 배의 연결부분이
다소 잘록해 보인 까닭에 "-개미허리-"가 붙게 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에,
이들의 이름에 " -개미-"가 붙게된 이유를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 다른 이름들 -
이 곤충을 북한에서는 콩깃노린재 또는 콩허리노린재라고 한다.
콩과식물을 좋아하는 까닭에 "콩-"이 들어갔고, "-깃-"은 가는 가장자리, 테두리란 뜻으로 몸이 가늘다 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호소헤리가메무시(ホソヘリカメムシ)라고 하여 가는가장자리를 가진 노린재 즉, 가는몸노린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름들과 비교해보면, 남한의 이름이 길기는 하지만, 좀더 표현이 잘된 이름이라 생각된다.
25) 대벌레
- 이름의 유래 -
곤충의 모습을 보면 그 다양성만큼 기기묘묘한 형태가 많다. 특히 자신을 위장하여 몸을 보호하는 곤충에게서는 다른 자연물이라고 할만큼 흡사한 모습을 한 것들이 많다. 대벌레를 잡아 가만히 들어다보면, 길다란 몸과 다리로 인하여 아주 특이해 보인다. 매우 기다란 게 막대기 같은 몸과 다리들. 몸통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개의 마디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마디들의 연결 모습이 바로 대나무의 마디 구조랑 닮아있음을 볼 수 있다. 즉, 대나무와 같은 모습을 한 곤충이 바로 대벌레인 것이다.
이 곤충의 이름은 다행스럽게도 남한과 북한이 모두 같다. 또한 한자 이름도 같은 의미이다. 즉, 대나무 마디같은 곤충이란 뜻으로 "죽절충(竹節蟲)"이란 이름을 갖는다.
- 다른 뜻의 이름 -
영어이름은 "워킹스틱(Walkingsticks)"이다. "걸어다니는 지팡이"란 의미로서 매우 재미있는 이름이다. 가지나 대나무처럼 보이는 이들의 형태가 꼿꼿한 지팡이처럼 생겨 가지고 걸어다니니 이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가 보다. 또다른 이름으로는 스틱 인섹트(stick insects)라고 한다. 즉, '지팡이곤충'이란 말로 워킹스틱과 비슷한 의미이다. 그런데 이들의 학술적 이름은 매우 독특하다. 파스미다(Phasmida)라고 하는데, 이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유령, 도깨비, 또는 환영 등을 뜻한다. 아마도 이 곤충의 위장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에서는 꽃무지를 "꽃풍덩이"라고 부른다. 꽃에 사는 풍뎅이란 뜻이다.
26) 뒤영벌
- 이름의 유래 -
지금은 "뒤영벌"이라고 하지만, 일제로부터 해방 전후의 자료에서는 "뒝벌"이라고 되어 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렀을까 자료도 찾아보고 곰곰이 생각하여 본 결과, 뒝벌은 뒤웅박의 생김새를 모티브로 하여 유래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전을 찾아보면 "뒝박"은 뒤웅박을 말한다. 뒤웅박은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고 속을 파 낸 바가지를 뜻한다. 그래서 "뒤웅스럽다"는 생김새가 뒤웅박처럼 보기에 미련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뒝벌은 어떤 의미일까? 두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들의 영소 습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화분으로 경단을 만들고 그 안에 알을 낳는데, 깨어난 애벌레가 자라면서 화분을 원형으로 만든다. 그 위에는 구멍이 조금 뚫어져서 마치 뒤웅박과 같은 생김을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충이되어 나오면 항아리같은 느낌도 든다. 따라서 이들의 이름은 애벌레 방의 생김새 때문이라는 추론이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들의 몸 생김새가 전체적으로 뚱뚱하니 뒤웅박 같기도 하다. 이런 모습이 이들의 이름을 만드는 근거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둘 중에 어떤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뒤웅박같은 애벌레 집을 가진 또는 뒤웅박을 닮은 벌이란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의 이름들 -
뒤영벌의 서양이름은 범블비(Bumblebee)이고 학명으로는 범부스(Bombus)이다. 서양의 보통명은 범블(bumble) 즉, "윙윙거리다"에서 유래되었고, 학명은 붐(boom) "붕붕거림이다"에서 나왔다. 따라서 영어명와 학명은 모두 이 벌의 날개짓에서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작곡한 뒤영벌의 비행(The Flight Of Bumble Bee, Op.57)의 연주를 들어보면 뒤영벌의 날 때의 장면을 연상시킬 만큼 날개짓 소리를 잘 묘사하였다. 이처럼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이 곤충은 비행과 관련된 행동이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다른 시각을 가졌다. 중국에서는 웅봉(熊蜂)이 부른다. 이 벌의 생김새를 보면, 몸이 뚱뚱할 뿐 아니라 거구이기 때문에 곰을 연상하여 '곰벌'이란 뜻의 '웅봉'으로 지은 것 같다. 도한 일본이름은 좀더 검토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둥근꽃벌'이란 의미를 갖는 것같다. 즉 뒤영벌이 앉기에 적합한 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뒤영벌의 이름만으로 상반된 동서양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27) 모시나비
날개가 반투명하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수컷의 배 전면에는 긴 털이 나 있으나 암컷에는 없으며, 교미가 끝난 암컷의 배 끝에는 수태낭이 붙어 있다. 따라서 이른 봄의 암컷 애호랑나비와 마찬가지로 다시는 수컷과 가까이 하지 못한다. 성충은 5월초에 나타나 5월말에는 자취를 감추는데, 매우 천천히 날며 기린초, 애기똥풀, 나무딸기, 미나리냉이 등의 꽃에서 꿀을 즐겨 빤다.
28) 사슴벌레(stag beetle)
사슴 수컷의 뿔처럼 닮아서인지 영어명은 'Stag Beetle' 이다.
국내에서도 집게벌레로 불리워지다 해방직후 사슴벌레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사슴벌레의 다른 이름>
사슴벌레는 흔히 '집게벌레'로 불렸다.
● 해방직후의 중등학교의 동물학 교과서에도 '집게벌레'라는 이름이 사용된 적이 있다.
● 북한에서는 지금까지 '집게벌레'로 불리고 있다.
● 해방 직후 꼬리집게를 가진 놈에게 '집게벌레', 머리집게를 가진 놈에게 '사슴벌레'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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