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물(바다 어패류)

물 속을 나는 밀조개

충남 웅천에 있는 독산(홀메)해수욕장

 

2013년 8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밀조개(명주조개) 천지라는  독산해수욕장에 아이들을 대동하여 출동했다. 해수욕장이래서 대천이나 무창포 정도의 해수욕장을 기대했건만 군 훈련장이 더 어울릴 듯한 그야말로 모래벌판 그 자체다.  

 

고운 모래가 펼쳐진 해변엔 해수욕 손님은 거의 없고 온통 조개잡이 객들 뿐이다.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와 호미를 들고 해변에 들어갔건만 호미를 든 이는 나뿐이다. 아무런 장비 없이 그냥 서서 모래를 질겅질겅 밟는데, 밟는 족족 밀조개가 튕겨져 나온다.


모래를 밟으면 숨을 쉴 수 없는지 탈출하듯 모래 밖으로 튀어올라 물을 가르며 헤엄치는데, 속도가 느려 잡는데 지장은 없다.  2~3분 바닥을 밟으면 아래 사진 만큼의  조개가 나온다. 조개들이 머리(?)를 내밀고 머금었던 물을 뿜어 그 추진력으로 물 속을 나는 듯 하다.

 

사람들이 모래 밟음질을 하는 곳엔 갈매기들이 몰려든다. 모래 속에서 조개와 함께 튀어 나오는 작은 가재 '쏙붙이'를 거저 먹을 수 있어서다. 

 

이곳에서 잡히는 조개는 밀조개 뿐만 아니라 맛, 골뱅이 그리고 이름 모를 커다란 조개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크나큰 단점이 하나 있다. 몸 속에 모래를 한 웅큼 품고 있어 먹기 불편한 점이다.

보통 조개들은 소금물에 1~2시간 담가두면 품고 있던 진흙을 모두 뱉어내지만 이놈들은 바닷물에 2~3일간 담가 둬야만 한단다. 해감이 힘들어 일반인들이 밀조개를 잡아 편히 먹지 못한다는 얘기다.

 

잔뜩 잡은 밀조개를 삶아 국물만 먹던지, 알갱이를 일일히 뒤집어 모래를 씻어 내야만 먹을 수 있다. 아래 사진만큼 씻어내는데 2시간 이상 걸렸다. 다음부터 밀조개는 잡지 않을 계획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잡은 밀조개를 주변 민박집이나 상가에 가져가면 해감된 조개로 교환해준다고 한다. 물론 얼마간의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의 명주조개 설명 [출처]해루질로 잡은 명주조개 해감하기

 

개량조개는 백합목 개량조개과의 연체동물이다.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10m 내외 지역의 모래 또는 개펄 섞인 바닥에 서식한다. 조가비(조개껍데기)는 둥근 삼각형이며 표면에는 굵은 성장선이 있고 꼭대기로부터 여러 개의 황갈색띠가 방사상으로 펴져있다. 주로 물이 맑은 해역의 고운 모래 바닥에 비교적 얕게 파고들어가 서식하는데, 환경변화나 해류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자주 자리를 옮긴다. 이동은 발을 길게 빼 반동으로 이동한다. 이때 수관으로는 물을 분사시켜 보조 추진력을 얻는다. 지역에 따라 아주 높은 밀도로 분포하기도 한다.

 

서식환경이 열악해 자리를 옮기다 파도에 휩쓸려나온 개체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조가비의 색깔은 서식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래밭에서는 옅은 모래색이고 개펄이 섞인 모래밭에서는 약간 어두운 황갈색을 띤다. 따라서 노랑조개나 밀조개, 명주조개로 많이 불리며 껍데기의 무늬가 삼베와 비슷하다하여 삼베백합 등의 재미난 이름으로도 불린다.

 

해방조개란 이름은 옛날 일제에서 해방되던 때에 기근이 심하게 들었는데 이때 이 조개가 많이 나서 배고픔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밖에도 낙동강 하구의 명지에서 많이 나서 명지조개, 껍데기를 깐 조갯살의 모양이 갈매기를 닮았다 하여 갈미조개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개량조개가 잡힌 후에도 입을 꽉 다물지 못하고 바보처럼 발을 쭉 내밀고 있어서 '바카가이(바보조개)'라 부른다.

 

개량조개의 조갯살은 '명지살' 이라고도 부르는데, 개량조개의 뾰족한 발이 닭의 꼬리깃처럼 보인다하여 영어권에서는 '헨 클램(hen clam)' 이라 부른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개량조개를 갈매기조개나 오리조개로 불리는 새조개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 같다. 전혀 다른 종이다. 새조개는 표면에 45~47개 정도의 가는 방사상의 주름이 있고, 복족(발)의 색깔이 흑갈색이다.

 

개량조개는 살색이 오렌지색으로 이쁘다. 살짝 익히면 조직감이 연해서 일본에서는 서민적인 초밥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뾰족한 발을 닭의 꼬리깃처럼 세운 귀여운 모습의 개량조개는 발과 패주가 초밥의 좋은 재료가 된다. 쫀득쫀득 씹히는 산뜻한 단맛과 풍부한 바다의 향은 개량조개만의 특징이다.

 

산란기는 5~6월로 산란을 앞둔 1~3월이 제철이지만 9~10월에도 맛이 있다.


'동물(바다 어패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대와 서대  (0) 2014.01.07
꽃게 : blue crab  (0) 2013.11.14
숭어 : mullet, gray mullet  (0) 2013.11.07
우럭(조피볼락 : rock fish)  (0) 2013.10.31
고창 구시포 갯벌에서 캔 조개  (0) 201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