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매일 멱감던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었다.
지금에서야 승정제라는 공식 명칭을 알게 되었지만, 고향사람 중 이를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깨차팔"로 통한다.
무슨 의미인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보령시청과 대명중학교 사이에 있는 작은 저수지가 바로 깨차팔(승정제)이다.
불과 40~50년 전이었지만 당시 내 고향 동네 이름은 단순 그 자체였다.
산 뒷편에 있는 동네는 "뒷사모퉁이"(뒷산 모퉁이)
산 넘어 동네 이름은 "저너머"
동네 위쪽에 있는 곳은 "저위"
동네 초입에 있는 곳은 "턱굴?, 텃굴?"
바로 옆집은 "이도러", 좀 먼 옆집은 "저도러"
곱돌 성분의 큰 바위가 있던 곳은 "곱돌배기"
억새밭이 넓게 펼쳐졌던 곳을 "속불"(수풀이 우거져서?)
광산촌 아랫동네는 "오막단"(오두막집이 많아서?, 옥마산 밑자락이라서?)
동네 이름뿐아니라 사람 호칭도 비정상적이었던게 몇 있었다.
"미친박씨" 박씨 아저씨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듯....
"꺾쇠" 키가 190cm 정도 되었던 양반.
"점백이" 얼굴에 큰 점이 있었던 어르신.
"현춘이" 아이들에게도 존칭없이 이름만 불렸던 주정뱅이.
"새집 큰아들" 20년 넘은 초가집이었건만 한번 새집은 영원한 새집, 그 집 큰아들이 나였다.
"주먹쥐고 일어서", "늑대와 춤을" 등 인디언식 이름보다 훨씬 단순한 작명법이 1980년대까지 고향 마을에서 통용된 것이다.
지금도 인근엔 공식 동네명이 "느랏", "오랏"이라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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