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물(민물 갑각류)

가재(crayfish, crawfish)

 2013년 10월 수락산에서 잡아 키우기 시작한 가재다.

 

한 어항 속에 여러 마리를 키우면 큰 놈이 모두 잡아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들의 성화에 4마리를 합사시키고 2개월 가량 지나니 2마리만 남았다. 없어진 두마리는 열흘 간격으로 전선을 타고 탈출하여 집 안을 헤메이다 아사한 상태로 베란다에서 발견되었다. 뭐든 잘 타고 오르는 가재의 습성을 이해 못하고 뚜껑 없는 어항에 키우다 발생한 참사다.     

 

사진은 큰 가재의 탈피 잔여물을 작은 가재가 땅 속에 묻고 있는 모습이다. 큰 놈이 벗은 옷을 작은 놈이 묻는 이유는, 탈피한 직후의 큰 가재는 천적을 피해 숨어있고, 작은 놈은 껍질을 찾아온 천적에게 당하는 것이 싫어 발벗고 치우는 것으로 보인다. 탈피 직후의 가재는 껍질이 물러 공격당하기 가장 쉬운 시기이다. 함께 사는 작은 가재가 큰 가재를 공격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해서 큰 가재는 어쩔 수 없이 숨어 지내는 신세다.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를 서울의 왠만한 산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수락산, 청계산, 검단산, 관악산 등 아이들과 함께 간 모든 산에서 가재를 잡았으니 서울의 모든 산에 가재가 살고 있다고 단언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시골 개울엔 가재가 그득 했었다.

돌을 뒤집으면 후진 도주하는 가재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고, 폭포(소)처럼 깊은 곳에선 손질한 개구리를 끈에 묶어 물 속에 담가놓은 후 20~30여분 지나 슬그머니 당기면 한번에 십여마리씩을 바구니에 채울 수 있었다.

잡은 가재를 연탄불에 올리면 발갛게 익은 맛난 가재를 먹을 수 있었는데, 덜 익은 가재를 먹으면 간디스토마에 감염되어 고생한다는 말에 가재잡이를 그만 두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가재는 게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라."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정이 쏠려 끼리끼리 서로 편이 되어 붙는다는 의미로 "팔은 안으로 굽는다"도 같은 의미의 속담이다.    

 

 

 

 

 

'동물(민물 갑각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게   (0) 2010.09.27